우리가게에 있던 그 무언가 1편

7 오르가슴 | 2019-07-02 13:59:27 | 조회 : 406 | 추천 : -


전 어느덧 서른 중반입니다. ㅎㅎ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가게는 어머니께서 제가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서 중딩 때까지 운영하셨던 아주 작은 화장품 가게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엄니께선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셨음. 일단 대략적인 정보를 알려주겠음.

나는 인천에 있는 부개역 근처 일x동에서 젖먹이 때부터 중3 때까지 살았고, 엄니 가게도 그 동네의 작은 시장에 있는 아주아주아주 허름한 건물 1층이었음.

이 건물이 얼마나 낡았냐면 일단 1층 전체 가게엔 화장실이 없고, 가게 뒷쪽마다 딸린 철문을 열고 나오면 건물 뒤 공터에 푸세식 화장실이 딱 두 칸이 있었음.

이 화장실을 좀 설명하자면 화장실 건물이란 것도 없고 그냥 공터에 나무 문으로 지어진 푸세식 화장실임. (물 내리는 것도 없이 그냥 싸면 밑으로 떨어지는....)

그게 딱 두 칸이 있음. 

진짜 너무 낡고 무섭고.. 심지어는 문도 거의 다 뜯어진 화장실이라 쓰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음.

다른 건물의 화장실 가는 게 차라리 낫지 죽었다 깨나도 그 화장실은 못 감...

무튼, 그리고 우리 가게는 화장품을 파는 곳 + 우리 식구가 사는 진짜 작은 방이 있는 구조임.

영화보면 시골 구멍가게 구조임.

손님 들어오면 드르륵 방문 열고 나오는...ㅋ


무튼 돈이 없으셨던 부모님께선 거기서 화장품이며 비누며 휴지며 심지어는 구두랑 모자까지 파시며 내가 초딩 2학년 때까지 살림하시고 사셨음.

그리고 드디어 가겟방이 아닌 우리의 집이 생겼음.

사실 아파트도 아니고 코딱지만한 연립주택의 한 호일 뿐인데 당시엔 너무너무 행복했음.

이 집도 그 시장에 위치한거라 집에서 엄니 가게까지 걸어서 3분 거리.

무튼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내가 중딩이 됐음.

이때까진 별 문제가 없었음. 아니 없어 보였음.

어느 날 여느때처럼 잠을 자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아버지랑 엄니가 대화하는 소리에 깼음.

물도 마실겸 나갔는데 아버지께서 흠칫 놀라시는 게 보였음.


"아부지 뭐하세요? 엄니랑 얘기하던데?"


"ㅇㅇ이(동생) 자냐?"


"네"


"음.. 이리 와 봐."


가서 보니 엄니는 분명 주무시고 계신 거임.

난 뭐가 뭔지 모르고 있는데, 아부지께서 갑자기 자고 있는 어머니께 말을 거시는 거임.


"여보, 아직도 안 갔어?"


?
??
뭐지? 싶은 찰나에


"응.."


"그 여자야?"


"응.."


????????????... 아주아주 작은 대답인데 분명 어머니께서는 대답을 하고 계셨고 누가 봐도 자고 있는 상황이었음.
(나중에 알고보니 어머니 꿈에 단발머리를 한 여자가 얼마 전부터 계속 나타나고, 대답은 하시는데 정작 본인은 다음 날 기억을 못하셨다고 함.)

무튼 그날 나는 난생처음 어머니가 좀 무서웠음... 그리고 그냥 좀 신기하기도 했음.

그러나 뭐 그냥 꿈만 꾸는 거고 어머니께 딱히 다른 문제라곤 전혀 없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시간은 흘러갔음.
(몇 번 더 그러셨고 한 번은 나도 엄마, 그 누나 예뻐?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셨음... 불효막심한 자식놈임ㅜ)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 어머니의 퇴근시간이 빨라지기 시작했음.

말했다시피 우리 집과 가게는 걸어서 불과 3분 거리였고, 시장이라는 특성상 술집도 많고 늦게까지 장사하는 집들도 많아서 엄니의 평균적인 퇴근은 거의 열두시 전후였음.

헌데 어느 순간부터 차츰차츰 그 시간이 열한시 반, 열한 시, 열시 반 가까이로 땡겨졌음.

중1, 2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그 때도 어리기만 했던 나는 단순히 어머니가 일찍 온다는 게 좋았을 뿐 그 이유는 궁금해하지도 않았음.


그러던 여름 밤으로 기억함. (방학했는지까진 기억이 잘 안 나네요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어머니께서 와서 가게 문을 같이 닫아달라고 하시는 거임.

당시 우리 가게 앞에는 평상에 이것저것 넣어놓고 팔았고 휴지나 빨래비누 등등 무거운 게 많아서 종종 도와드리곤 했는데 도와달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신건 아마 처음이 아니었을까.. 라고 기억함.

쫄래쫄래 갔더니 웬걸, 평상은 이미 다 치워져있고 가게 불만 내리면 되는 상황이었음.

가게 불을 어디서 내리냐면 일단 두 개를 내려야 했음. 하나는 가게 전체 등과 예전에 우리가 살던 가겟방의 불 이렇게 두 개.

원래는 가게 홀? 과 쪽방은 나무 문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연립으로 이사를 가면서 문이 있던 벽을 아주 큰 진열장 (큰 책장이라 생각하면 쉬움.) 으로 막아놓고 화장품을 진열해서 방 불을 끄려면 화장실 가는 철문쪽으로 가서 돌아 들어가야 했음.

엄니께 불만 끄면 되는데 왜 불렀냐고 물었더니 엄니께서 하셨던 대답인데 난 아직까지 그 표정이랑 말투가 생생함.


"무서워서 방에 못 들어가겠어"

 

???
?????
엥? 내가 완전 갓난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십 수 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었던 방엘 무서워서 못 들어가신다는 거임..

난 엄니가 이해가 안 됐음.

그러지 않겠음?

그래서 

"왜요? 귀신봤어요?ㅎㅎ"

라고 물었는데 엄니께서 평소에 한 번도 못 본 안절부절 못한 표정으로 얼른 불이나 끄고 오라는 것이었음.

이상했음. 아주 이상했음..

본인의 어머니께선 아주아주 베리베리 여유가 넘치시고 항상 온화한 미소를 날려주시는 멋진 여성분이심.
(맹세컨데 태어나서 서른 넘은 지금까지 어머니 입에서 미X 이라던가 병X이라는 약하디 약한 욕설 조차 들어본 적 없음.)

그런데, 그런 분이 정말 초조한 표정으로 내게 재촉하고 계셨음.

나는 속으로 이상했지만 그냥 엄니가 몸이 안 좋은가..라고 생각하며 넘겼음 (지금도 되게 무딘 성격임ㅋㅋㅋ)

쨌든, 가끔씩 엄니 퇴근 도와드리느라 내게도 아주 익숙한 것이어서 가게 뒷편으로 돌아 들어가서 방 문을 열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음....

 


그리고 진짜 엄니 못지 않게 십 수 년간 들락날락했던 그 방의 어둠이 순간 낯설고, 여름임에도 서늘했음. (이사가고 그 방은 남는 화장품이라든지 잡화를 쌓아두는 창고 역할로 써서 도둑 들까 봐 창문을 아예 막아놔서 불을 안 켜면 암흑천지긴 했음.)

갑자기 좀 무서워졌고 그 공기가 되게 싫었음. 창고 냄새, 다락방 냄새 등등 특유의 골방 냄새를 되게 좋아했는데 그 날 그 냄새랄까 분위기는 찝찝했음.

방에 불이 꺼진 걸 방문 앞에서 확인하고 나오면서 가게 홀의 불을 끄고 엄니와 샷다를 내렸음.
(근데 이 날 아버지는 어딜 가셨을까... 쓰다가 생각해 봐도 기억이 안 남..)


무튼 엄니랑 집으로 걸어가면서

"엄니 방에 불 꺼졌던데?"

라고 말을 했음. 근데 엄니께서,

"확실히 봤어? 너가 껐어? 아님 꺼져 있었어?"

라는 질문을 다다닥 하심ㅡㅡ...

나는 내가 끄려고 방문 여니까 꺼져 있었다고 했음.

근데 자꾸 엄니께서 그럴 수 없다는 말을 하시는 거임. 그래서 실수로 끄고 기억 못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저녁 식사 (도시락을 싸서 다니셨는데 그 방 안에 그.. 꼬마 냉장고? 그게 있어서 거기다 두심.) 꺼낼 때 분명 불 켜진 걸 봤고, 가게 문 닫을 때 꺼야하는데 무서워서 나를 시켰다는 거임.

근데 변수가 많지 않음? 불이 나갔을 수도 있고 정말 엄니가 끄고 기억을 못하실 수도 있는 거 아님?

그래서 그냥 에이~ 아닐거야. 아니면 전등 나갔나 보지 뭐. 라고 쏘쿨하게 넘겼음ㅡㅡㅋ 


그리고 그 이후로 점점 어머니 퇴근 할 땐 내가 있든, 아버지가 계시든 하는 때가 많아졌음.

바뀐건 그것 뿐이 아니었음. 한낮에도 혼자 가게에 있길 꺼려하셨음. 다행히 주변에 어머니와 친한 가게 주인 분들이 놀러오시고 작은 동네에서 초딩 때부터 살았던지라 아는 어머님들이 꽤 많아서 자주 놀러오셨음.

다행히 한동안 전처럼 아무일 없는 무사태평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음.

 

 

그러다 사건이 터졌음...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웬일인지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시고 아버지까지 계시는 거임.

처음엔 아.. 엄니가 편찮으셔서 일을 못 나가셨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얼른 가서 가게 문을 닫고 오라는 거임.

지금 생각하면 한참 호기심이 왕성할 나인데, 그 때의 나는 참 무뎠음ㅡㅡ

아무 생각없이 문을 닫으러 간 걸 보면..ㅋㅋ


도착해보니 가게는 이미 다 치워져 있고 샷다문만 반쯤 내려져 있길래 문만 내리고 가려다 가게 안을 봤는데..

보지 말걸 그랬음....

 


여러분 예상대로 가게 뒤로 돌아가는 쪽이 다른 곳보다 밝았음.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거였음.

귀찮기도 하고, 저번의 그 일이 있었던지라 무섭....기도 해서 끌까 말까 하다가 혼나는 게 더 무서워서 끄려고 샷다를 다시 열고 들어갔음.

난.. 우리 가게가 이렇게 조용한지 처음 알았음. 밖은 아직 밝고 사람들도 다니는데 샷다 하나로 완전히 분리된 세상에 와 있는 느낌이었음..

무디지만 겁은 좀 있었던 나는 그때부터 살짝 겁을 먹었음 ㅋ

무튼, 철문 쪽으로 돌아서 방 문을 열고 방 중간으로 들어가서 불을 끄려는데..

지금 생각해도 미치겠음...

불은 고사하고 방 한가운데서, 꼼짝을 못하겠는 거임.

님들은 그런 느낌 알런지 모르겠음.

조용하고 고요한데 그게 평온한 그것이 아니라 되게 기분 나쁘고 찝찝한 조용함....

참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방팔방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음.

게다가 불을 껐을 때의 어둠을 상상했더니 도저히 불을 끄고 온전히 나갈 자신이 없어졌음. (겁쟁이였음ㅜ)

결국, 불을 못 끈 채 눈을 밑으로 내리 깔고 바닥만 보면서 나왔음..

지금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 때 불 껐으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기도 함.


무튼 이날의 사건은 어머니께서 별 말씀 없으신 채, 잊혀져 갔음.

- 보충설명 하자면, 어머니께선 천주교 신자심. 같이 성당 다니는 아주머니분들도 가끔 오셨는데 그 날도 같이 계시다가 어머니께서 방엘 들어가셨다가 한참 지나도 안 나오시기에 아주머니가 가봤더니 어머니께서 쓰러져 계신 걸 발견하곤 사람들 불러서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가게 정리도 해주시고 아버지께 연락도 드렸던 거임.. 즉, 나는 그 날 엄니께서 쓰러지셨던 방에 갔던 거임.. 알았으면 죽어도 안 갔을 게 분명함. -

그러다.... 마침내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터졌음....

 

어머니께서 식구들이랑 다 같이 식사하시다 진지하게 당분간 가게에 못 갈 것 같다고 하시는 거임.

????
???????
아니 어머니 왜요.. 우릴 버리지 마세요.. 라고 하고 싶었으나 닥치고 있었음.

아버지께서도 의아해 하시며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우시는 거임.

일동 당황했음.... 특히 아버지께선 더더욱. 그도 그럴 것이 술집도 많고 항상 늦게 끝나는터라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안부에 굉장한 신경을 쓰셨었음. 아버지께서 다그치시듯 무슨 일이냐고 했고, 나랑 동생은 얼었음. (본인 아버지 성격 장난 아니셨음.)

 

그런데......

 

 

어머니께서 꺼낸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음..

며칠 전의 일이었다는데, 우리 동네 시장은 각 가게마다 자기 점포 앞은 본인이 쓸고 청소하는 룰이 있었음. 그래서 샷다를 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빗자루 (학교 청소용 까칠까칠한 빗자루였음.) 로 가게 바로 앞을 청소하는 거였음.

어머니께선 여느때처럼 앞을 쓸고 계시는데......

왜 사람이 이것 하면서도 다른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힐끔 시선이 가는 경우가 있잖음??

어머니도 그렇게 우연찮게 가게 안에 눈길이 갔는데 항상 어머니가 서 계시던 자리 (뒤에 아까 말한 큰 진열장을 등지고 앞에는 유리로 된 허리까지 오는 진열장이 있는.. 걍 전형적인 금은방 주인 자리) 에.......

 

 

 

하얀색 옷을 입고 머리가 엄청 긴 여자가 서 있는 걸 봤다는 거임.....

무의식 중에 힐끗 본거라 바로 다시는 못 보고 한참을 있다가 다시 봤더니 없어졌다는 거임. 엄니께선 며칠동안 이게 진짠지, 착각인지 계속 고민하고 그러시다가 정말로 무섭고, 가게 일에 집중을 못 할 정도로 신경이 쓰이셨다는 거임. 그러다 그러다 결국 말을 꺼내놓으신 거였음.(나였으면 그 날로 가게 못 나갔을 듯...)


결국, 엄니께선 한.. 일주일 정도 정말 안 나가셨음.


물론, 나는 그때까지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음. 한창 중2병의 시기에 귀신 따위를 믿지도 않았고, 예쁜 처녀귀신이 한 번 내 앞에 나타나면 어떨까.. 하는 빌어쳐먹을 생각도 했음.




우리가게에 있던 그 무언가 2편 http://japjam.net/152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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