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3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 [5]

14 팩성 | 2020-07-23 17:12:13 | 조회 : 2911 | 추천 : +6



그 유명한 오에 겐자부로 선생이건만 여태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왠지 모를 부채의식이 있었는데 요번에 겨우 완독했다. 솔직히 말해 등장인물들의 행동거지(특히 주인공)를 묘사한 걸 보고 현실에 이렇게 행동할 사람들이 있을까 싶으면서 좀 이상하게 읽혔는데 나중에 후기에서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다는 걸 알고나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결말과 관련해 왈가왈부들이 많다는데 나는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버드가 느끼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야말로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개인적인 체험 중에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그런 경우, 어쨌든 고통스런 개인에게는 고통 뒤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고. (중략)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 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지지 않지. 불모의, 수치스러울 따름인 지긋지긋한 웅덩이 파기야. (후략)"

위와 같이 주인공 버드가 오열하듯 내뱉는 문장들에 의하면 특정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인간(작품에서는 버드로 표상되는)에게 있어서 개인적인 체험은 그저 아무 의미없는, 고독한 절망과 고통의 구렁텅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버드의 인식은 작품의 결말 혹은 위의 문장 바로 다음 이어지는 버드의 애인 히미코의 대사 - "내 경험으로는 인간에 관한 한 완전히 불모인 고통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 버드. (후략)"에서 철저히 부정당한다. 

내가 보기에 저자가 결말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도 끝까지 결말을 옹위한 까닭은 저자 본인이 "경험에 의한 버드의 변화 • 성장을 표현한다고 하는 처음의 구상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듯이 개인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적어도 우리가 사회에서 남들과 둘러싸여 살아가는 이상 온전히 개인적일 수도 없고 또한 온전히 고통일 수도 없음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물론 내가 문학의 ㅁ도 모르는 사람인지라 내가 평소 지니는 생각대로 편향되게 읽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4점
이유; 주인공이 망상 일남충이어서 읽으면서 욕지기가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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